비트겐 슈타인은 언어에 대해 말할 때 체스를 비유로 사용했다...예를 들어
소쉬르도 체스를 비유로 사용하지만 이러한 비유를 통해 우선 언어의 본질이 소재(즉 음성이나 문자 등)와 무관한 형식으로 존재함을
보여준다. 또한 체스에서 말의 '의미'는 곧 말의 이동 방법에 대한 규칙이고 그것은 다른 말과의 관계(차이)체계 안에
존재한다.예컨대 말의 기능이나 배치를 바꾸면 같은 말을 사용한다고 해도 다른 게임이 되어 버린다. 이러한 비유는 언어가 '지시
대상'이나 '의미'로부터 자립한 하나의 변별적인 형식 체계라는 것을 보여준다.
전기 비트겐슈타인도 대충 이런 의미에서 체스를 비유로 사용했다. 그러나 이러한 비유는 규칙을 명시적으로 닫힌 체계로 보는 견해에 빠지기 쉽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우리는 규칙(rule)이라는 말을 교통 규칙이나 학교의 교칙과 같은 용법으로 배운다. 이것은 하나의 항목이 틀리면 체계 전체가 바뀔 만큼 '체계'를 이루고 있지는 않지만 하여튼 규칙이 우리 밖에 객관적으로 존재한다는생각에 익숙해지도록 만든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비트겐슈타인이 언어 게임이라는 생각을 제출한 것은 사실 이러한 '규칙'관을 부정하기 위해서였다. '규칙을 따른다'고 할 때 나타나는 패러독스는 이미 지적한 대로 규칙을 의식적으로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잘못임을 보여준다. 내가 규칙을 따르는 경우는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이며 사적으로(의식적으로) 규칙을 따르는 것은 불가능하다.